
다시 눈을 떴을 땐,
새하얀 고양이가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안녕, 민호. 고양이별에 온 걸 환영해.
고양이별에 어서 오세요
1
사는 게 즐겁지 않다. 아무것도 안 하니 배도 고프지 않고,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으니 잠도 자고 싶지 않다. 피곤하니까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또 밥 먹기 싫고. 전례 없던 폭설과 함께, 우울증이라는 건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누가 죽었냐? 기운 좀 내라.
일 년 만에 겨우 얼굴 한 번 본 친구 녀석 말마따나, 부모형제가 죽은 것도, 죽을병에 걸린 것도, 삶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빚더미에 나앉은 것도 아닌데. 그닥 별일도 없는데 그렇게 됐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날 갑자기 집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병명도 모르는 병가는 사실상 무단결근에 가까웠는데도 회사는 여전히 민호를 찾았다. 사연은 모르겠으나 괜찮아지면 꼭 돌아오라고. 하긴 나만 한 노예를 또 어디서 찾겠어. 육 년 근속 그 어떤 부당한 업무에도 찍소리 한 번 한 적 없었다. 그야말로 시대가 찾는 인재였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연락들을 무표정으로 쭉 훑고는 다시 전원을 꺼 두었다. 우유 하나, 대파 두 단, 계란이랑 또⋯ 찌개용 고기. 엄마의 카톡 내용을 외우듯 읊조리며 땅만 보고 걸었다.
“아.”
마트 간판이 안 보이는 거리까지 걸어오고 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패딩 주머니 속 익숙한 형태로 만져지는 무언가의 끄트머리가 손을 찌른 탓이었다.
‘⋯이걸, 또 언제⋯.’
우유 하나, 대파 두 단, 계란이랑 찌개용 고기. 안 써서 굳어버린 머리로 간신히 외웠는데. 오랜 사랑은 습관과도 같아 정신 차려보면 엄한 게 또 손에 들려 있었다.
츄르 포장지 속 고양이가 먀옹 예쁘게 울었다.
마트만 다녀오면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는 현관 앞에 마중을 나와 있던 돼지 고양이.
그렇게 길 한복판에 멍하니, 얼마나 서 있었을까. 어두운 골목 어디에서 낯선 목소리가 민호의 귀를 간지럽혀 왔다.
그거 뭐야? 맛있는 냄새.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봐도 다 놀러 나가고 한적한 토요일 저녁 풍경만이 전부였다. 어쩐지 오싹한 기분에 괜히 팔뚝을 쓸어내리는데, 발치에 뭐가 걸리적거렸다.
먀옹.
너랑은 하나도 안 닮은 새하얀 고양이인데.
열다섯이나 먹은 네 덩치의 반이나 될까말까한 아기인데도. 난 왜 당연히 너인 줄 알았을까. 한 줌 먼지가 된 너를 묻어준 지도 벌써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는데.
헛헛한 웃음이 곧 잔잔히 온 얼굴에 번졌다. 청소년기 즈음 돼 보이는 야옹이는 그런 민호를 가만 들여다보며 까만 눈을 깜빡였다.
2
“야. 너 오리 먹어봤어? 오리.”
먀ー
“걔는 좋아했는데.”
먀아ー
괜히 심술궂게 툭툭, 반질거리는 이마를 꾹 눌러봐도 아기 고양이는 순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예쁘게도 울어댔다.
그날 이후, 민호는 귀찮아 죽겠던 심부름을 내심 기다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나 계란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커다란 백팩을 메고서 산책 같은 심부름길을 나섰다.
입사 선물로 받아 십 년이 넘도록 애용하고 있는 백팩에는 우유 한 팩, 각종 고양이 간식, 이제는 이름 모를 캣초딩의 것이 돼 버린 장난감 몇 개. 언제나 그게 전부였다. 걸음마다 덜그럭덜그럭, 장난감이 요란하게 가방 속을 굴렀다.
낮에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온 동네를 뒤져도 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데 꼭 해만 지면 같은 골목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매일 해가 지기만 기다리는 것도 지쳐 외삼촌 가게 일을 돕기로 했다. 이자카야라 낮에는 손님이 없으니까 괜찮았다. 아무도 없는 가게 구석에 앉아 양파 까고 양배추 썰다 보면 시간이 금세 잘 갔다.
야. 이거 집 가서 엄마랑 같이 먹어라. 불친절한 다정도 집안 내력인지, 무심하게 툭 던져진 봉투 안을 슬쩍 보니 딱 봐도 기름기가 반지르르한 게 제일 귀한 부위였다. 이런 거 비싸게 팔아먹을 생각을 해야지 왜 날 주냐는 말은 그냥 참았다.
사케동 레시피를 검색하며 가게를 나오는데 어디서 또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빤질빤질 예쁘게도 생긴 고양이 울음소리가. 먀아.
“뭐야. 너 나 따라왔어?”
여긴 어떻게 알고 쫓아왔지? 냄새 맡고? 너 사실은 강아지야? 그래서 맨날 배 까고 들러붙고 그러지. 말해봐. 너 고양이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분홍색 콧구멍에 입을 맞추었다. 엄마가 봤으면 기겁했겠지만 길에서 자란 아이치고 항상 깨끗했으니, 뭐. 괜찮다. 새하얀 아기 고양이는 새초롬한 눈이 휘어지도록 웃는 민호를 바라보며 까만 눈만 깜빡거렸다.
족히 사 만원은 받을 법한 연어 사시미는 결국 이름 모를 고양이의 차지가 되었다. 그새 불뚝 솟은 고양이의 배를 쿡 찔러보고, 턱 한 번 긁었다가, 이마도 한 번 쓸어주고. 한참 쭈그리고 앉아 저려 오는 다리를 이제 좀 피고 싶고, 점심 때를 놓쳐버려 배도 고파오는데. 배가 불뚝 나온 고양이는 민호의 손 안에서 고롱고롱, 품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았다.
‘엄마 교회 집사님 중에 한 분이~ 새끼 하나 입양처 구한다던데. ⋯우리가 데려다 키울까?’
아주 오래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꺼낸 말인 걸 알았다. 눈치 빠른 민호는 그저 조용히 웃고 말았었다.
지칠 대로 지쳐 거칠어진 손에 제 온몸을 맡기고 마는 작은 생명체. 가만히 눈을 감았다. 연약하지만 분명하게 박동하는 온기, 이 조그만 것으로부터 온전하게 차오르는 기쁨을 이미 알고 있다.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기 고양이의 까만 눈동자와 척척한 살이에 빛을 빼앗긴 다갈색 눈동자가 마주치며, 조금 늦어버린 답변을 혼자 중얼거렸다.
“미안.”
턱을 긁던 손가락에 까슬한 혓바닥이 닿아왔다. 쬐그만 게 하는 짓이 간지러워 웃고 말았다.
“난 너 못 데려가.”
이제 그런 건⋯ 다신 안 해.
3
‘아, 안녕하세요. 여기 사거리 동물병원인데요, 전단지에 연락처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저, 고양이 찾은 것 같아서요. 찾긴 찾았는데⋯⋯.’
애가 워낙 나이가 많았어서, ⋯⋯자연사⋯⋯수도 있는데, 요새 이 근처에서 학대 사건⋯⋯, 경찰서에 사건 접수를⋯⋯.
⋯⋯
⋯⋯민,⋯야,
“⋯⋯호야⋯.”
“⋯⋯.”
“⋯⋯민호.”
“⋯⋯.”
야, 이민호!!!
퍼뜩 정신이 든 민호가 후다닥 수도꼭지를 잠갔다.
아. 또 한 소리 듣겠네. 입술을 질끈 물고 돌아보니 삼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차라리 귀가 아플 때까지 쏟아지는 잔소리가 나았을 테다.
“너 당분간 여기 오지 말라고 했잖아. 안 도와줘도 된다고.”
“⋯⋯아니, 뭐⋯ 계속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해서⋯.”
성큼 걸어온 삼촌이 조심스레 민호의 손바닥을 살폈다. 슬쩍 앞치마 뒤로 숨겨보려 해보았자 이미 늦은 후였다. 따가운 눈초리가 한숨을 타고 민호를 쿡쿡 찔렀다.
“병원 가라고 했는데 안 갔지,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나 너네 엄마한테 죽어, 진짜.”
“아 후시딘 발랐어요. 뭔 칼질하다 조금 베인 거 갖고 유난이야, 유난은⋯.”
그야,
그냥 칼질하다가 베인 게 아닌 것 같으니까⋯⋯.
시킨 거라곤 양파 까기 양배추 썰기가 다인데 칼자국은 영 이상한 방향으로 나 있으니. 게다가 피가 그렇게 흐르는데도 창백한 얼굴로 쳐다보고나 있고. 민호의 하나뿐인 외삼촌은 그 장면을 저 혼자 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누나가 봤더라면 저놈보다도 누나가 먼저 실려갔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
정 마음 쓰이면 분리수거나 하고 가라는 말과 함께 주방에서 쫓겨났다. 한아름 안겨 줘봤자 가벼운 페트, 냉동 스티로폼 정도가 전부였다. 스티로폼에 덕지덕지 덜 뜯긴 테이프나 뜯으며 멍 때리고 있는데, 저 구석탱이에 민호의 신경을 거스르는 무언가 포착되고 말았다.
“⋯뭐야, 이게.”
누가 여기 깨진 병을 이렇게⋯.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거지만 애초에 깨진 걸 이렇게 두면 가져는 가나?
태생이 깔끔한 성격의 민호는 사회 규범을 꽤 중시하며 살아가는 편이었다. 붙여둔 지 오래 되어 너덜거리는 분리수거 안내문을 꼼꼼히 훑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병류 주의사항⋯이⋯.
병, 병, 병, 유리병류⋯. 훑어 내려가던 손가락이 한 곳에 멈춘 지 오래인데도 민호는 한동안 그곳에 얼어붙은 듯 눈만 꿈뻑거렸다.
깨진 유리는 유리병이 아닙니다! 신문지 등에 감싸서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주세요.
픽토그램까지 그려져 있는 친절한 안내문의 글씨가 눈앞에서 자꾸만 흩어졌다. 아무리 집중해 보아도 흐릿하게 번지고 겹치고. 엉망으로 무너져 내렸다. 속이 울렁거리고, 땀이 비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읽고, 읽고, 읽고,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읽어낼 수 없었다. 마치 그 날처럼. 회사를 그만 두기 일주일 전 쯤, 제가 만든 회의 자료를 읽을 수 없어 식은 땀만 한 바가지 흘렸던. 그 날.
곧장 뛰쳐나가 심호흡을 시도했지만 어느새 날이 저물어 퇴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 그 칼날 같은 시선에 못 이겨 결국 지저분한 골목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세차게 뛰고 호흡이 가파르게 오르락 내렸다. 쿵쿵 어깨까지 와 닿는 박동을 손바닥 아래로 여실히 느끼며 천천히 숨을 멈추었다. 진정해, 제발. 제발⋯.
차라리 이대로 숨이라도 멎었으면.
제멋대로 뛰어 대는 심장이, 피부 아래 뜨거운 혈액이, 이 와중에도 살고자 힘겹게 터지는 호흡도, 이 모든 미련스러움이 민호는 내내 버거웠다. 생각이 미치자 어디선가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살려줘!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홀린 듯 따라가보니 또 그게 있었다. 이상하게 깨끗하고 예쁜 고양이가. 어울리지 않게 털을 바짝 세우고 하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뭐야.”
“⋯⋯.”
꼴통으로 유명한 옆 동네 학교의 교복. 새하얀 고양이의 앞발에는 윤기 나는 털에 어울리지 않는 담뱃재 같은 게 잔뜩 묻어 있었다.
“아저씨. 뭐냐고요. 가세요.”
뭐라고 입은 벙긋거리는데.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 그렇구나.
몸 어디선가 자꾸만 차오르던 우울에 머리 끝까지 집어삼켜진 게 틀림없다.
우울에 잡아먹혀 읽을 수도, 이젠 들을 수도 없는 천치가 되어버린 거다. 민호는 그저 허탈하게 웃으며 자욱한 담배 연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뭐야, 이 아저씨. 귀 안 들리나?”
“아씨발 가라고요. 사람 말 안 들⋯.”
“야⋯⋯ 잠만, 저 사람 뭔가 좀⋯ 이상한데⋯.”
입모양이라도 읽어보려 얼굴을 쳐다봐도 망막 속에 시꺼먼 물감을 부은 것처럼 시야가 어그러졌다. 발을 딛고 있는 지면이 울렁이고 시야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꼭 약 빤 사람처럼 몸이 휘청거렸다. 무언가 깨어지는 소리가 귀를 찢는듯 했다. 이명인가 했더니, 신발 밑에 버석거리며 뭐가 밟혔다. 유리⋯?
“야⋯⋯. 야 씨바, 시, 신고해⋯. 아, 아니 튀어, 튀⋯!”
“뭐야, 저 미친 놈⋯⋯!”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뭘 하던 중이었지? 덜덜 떨리는 손에 깨어진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이게 왜 내 손에 있지?
깨어진 조각을 타고 새빨간 선혈이 흘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새로 찢어진 건 아니었다. 치료할 타이밍을 놓쳐 아물지 못한 상처가 다시 벌어진 모양이었다.
피가⋯. 많이 나서 그런가. 어지러워.
드문드문 끊기기 시작한 기억 속에 민호는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겁도 없는 고양이가 건물과 차와 사람 사이를 내달렸다. 목적지는 다리 위였다. 민호는 물도 높은 곳도 둘 다 질색이었다.
“어디 가는 거야⋯ 위험하다고. 멈춰, 제발⋯!”
제발 죽지 마.
나를 두고 또 죽지 마.
이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새빨갛게 젖은 손으로 원망스러운 목젖을 쥐어뜯어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새하얀 고양이는 마치 불나방처럼 날아들었다. 새까만 어둠 속으로. 막힌 목청 사이를 찢고 나온 민호의 마지막 절규가 다리 아래 울려퍼졌다.
“나비야!!!!!!!”
4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차가운 수면 아래를 파고들며 이제 와 생각해 보았자 그 누구도 답을 내려줄 수 없다.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고꾸라지던 순간, 그의 보잘것없는 삶을 모욕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매일 아침 김밥 심부름을 시키곤 했던 첫 회사 선임부터, 걸핏하면 툭툭 함부로 머리를 건드리던 차장, 은근슬쩍 출신 지역을 물으며 까내리던 입사 동기. 태어나 처음 모아본 돈을 몽땅 들고 튀어 버린 부동산 사기꾼, 사라진 돈과 함께 사라진 예비 신부까지.
불행하다면 불행하지만 그다지 흔치 않은 일들은 또 아닌. 차라리 한 번에 몰아닥친 일들이었다면 좀더 나았을까. 오랜 시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쌓이고 쌓인 자잘한 불행들이 민호의 기도를 막고 말았다.
치열하게 살아 봤자 티끌은 티끌이던데. 불행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다가도 숨이 턱턱 막혔다.
나라는 인간은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고장난 인간이길래. 평범하게, 남들 다 하는 만큼만. 딱 그 정도로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어째서 그거 하나가 이렇게 평생 어려운지.
먀아, 예쁘게도 울던 그 조그만 것을 떠올렸다. 지친 하루의 끝, 그 새까만 털을 하염없이 쓰다듬던 순간을. 그 미약한 온기가 전해지던 순간, 불운의 상징과도 같았던 민호에게 평범한 행복이 허락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고양이의 작은 몸을 품에 안자, 소용돌이가 민호의 온몸을 감쌌다. 봄볕만치 아주아주 따뜻한 빛이. 잠이 쏟아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새하얀 고양이가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안녕, 민호. 고양이별에 온 걸 환영해.”
5
코를 찌르는 알 수 없는 향기에 눈을 떴을 땐, 고양이 귀를 한 소년의 품속이었다. 화들짝 놀란 민호가 소년을 밀어냈다.
“뭐, 뭐야 너. 누구야?”
소년이 졸음이 가득 묻은 눈을 비비며 민호를 올려다보았다.
“조심해. 뒤에 물 있어.”
“왜옹ー!!!!!”
뭐지? 방금 그 괴상한 소리⋯. 내 입에서 나온 거야?
놀라긴 아직 일렀다. 작은 개울 수면 위로 영 이상한 게 비치고 있었다. 충격에 휩싸인 민호의 어깨 너머 새하얀 소년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이게 대체⋯ 뭐야? 이 흉측한 꼴은.”
소년의 것처럼 복슬거리는 고양이 귀가 머리털 사이로 솟아 있었다.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있자 소년의 새하얀 손이 그것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또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갈 뻔한 민호가 황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야 지금 민호는 인간이면서 고양이별에 와있으니까. 아직은 인간도 고양이도 아니라서 그래.”
“고양이별?”
“그래.”
민호의 까만 귀를 쓰다듬던 소년의 손이 민호의 검지를 잡아 올렸다. 봐. 저어기.
“여긴 고양이별이야. 고양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 아주 행복하고 평화로운 곳이지.”
과연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온통 고양이 뿐이었다. 휘둥그런 두 눈을 암만 부벼봐도 오로지 고양이와 낮잠, 햇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권태.
그야말로 천국. 고양이 천국이었다.
“그럼 넌?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인간도 고양이도 아닌 모습을 한 고양이 소년이 말했다. 난 고양이 천사 라피에타가브리엘라필릭스라무르용복이야. 뭐⋯ 뭐라고? 잘 못 들었어⋯. 무슨 복이? 당황하여 되묻는 민호를 보고 인간도 고양이도 아닌 천사 고양이 소년이 코를 찡긋거리며 웃었다.
“그냥 민호가 편한대로 불러도 돼~”
머쓱해진 민호가 괜시리 코를 한 번 긁적였다.
고민 끝에 민호는 소년을 그렇게 불렀다.
복아. 복이야.
“우린 이제 여기서 뭘 하면 돼?”
따뜻한 햇살 아래, 나비 한 마리를 따라 이리저리 휘적대고 있는 천사 고양이 소년에게 민호가 물었다. 고양이 소년의 앙증맞은 콧망울 옆으로 꿀타래 같은 수염이 돋아나 있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들풀에 무아지경으로 몸을 비비던 소년이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오랜만의 귀향에 들떠 할 일을 잠깐 잊어버린 게 쑥스러워 이마가 붉게 물들었다. 고양이 천사는 아직 무럭무럭 성장 중에 있는 견습 천사였다.
“그렇지, 참. 우린 나비를 찾아야지.”
“나비? ⋯네가 나비를 어떻게 알아?”
“나비가 민호 걱정을 많이 했어. 자기때문에 민호의 시간이 멈춰버리고 말았다고.”
“⋯⋯나비가?”
“응! 그래서 내가 온 거야. 우리 같이 나비를 만나러 가자! 우선, 나비에 대해서 아는 것을 말해 줄래? 나비가 좋아했던 것들은 뭐가 있어?”
“나비가 좋아했던 거⋯?”
좋아하는 풀, 음식 같은 것들이랑. 좋아하는 행동, 장난. 매일 하는 루틴 같은 거. 제가 다 설레어 하며 새하얀 천사의 얼굴 위로 귀여운 홍조가 올라앉았다.
그러나 해뜨기 전에 나가 해가 지고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해온 민호로서는 제가 없는 집에서 나비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알 리가 만무했다. 주말에 한참 자고 일어나면 발치에서 함께 눈뜨며 먀옹 울던 모습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 잘 안 나. 그냥⋯. 매일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고 나서는 다리가 좀 아팠거든.”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양이별에서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거든.”
고양이 소년이 천진하게 웃었다. 그리곤 어느새 바짝 다가와 민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얌전히 손길을 받는 민호의 목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끓었다.
음, 민호는⋯.
조금 더 작았을 때가 행복했나 봐.
소년의 말에 민호는 무심코 이마를 매만졌다. 스무 살, 첫 아르바이트하다 생겼던 이마의 흉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기분도 상쾌하고 몸도 가벼운 게⋯ 그런 거였구나. 민호가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던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열 일고여덟 그 어디 즈음에 와 있는 듯 했다. 요 며칠 툭하면 벌어져 귀찮게 하던 손바닥의 상처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당장 생각이 안 난다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일단 어디로든 가 보자! 일단 어디로든 가다 보면~~ 뭐든 생각이 또 날 거야.”
제 몸 곳곳을 매만지며 멍하니 서 있는 민호를 기다리다 못한 천사가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꼭 먼지 같은 홀씨가 소년의 새하얀 머리카락에 붙을 듯 말 듯 살랑거렸다.
고양이별은 과연,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세계였다. 내리쬐는 햇볕은 너무 따갑지도, 눈이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포근히 민호를 안아주었다. 정신을 놓고 있으려니 또 고롱고롱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건 뭐야? 이상한 냄새가 나.”
“멸치 쿠키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민호도 먹어볼래?”
“으. 난 됐, 으븝.”
인상을 구길 땐 언제고, 두어 번 오도독거리고는 찡그렸던 미간이 곧장 펴졌다. 천사 고양이가 잔망스레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봐. 맛있지~?
몇 개 챙겨 두자. 나비랑 같이 먹게. 천사 고양이가 작은 주머니에 쿠키를 챙겨 넣었다. 민호는 천사 고양이의 어깨 너머, 말린 동물 뼈 같은 것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간식은 하루에 한 번이야. 아까 먹었으니까 더는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아는 듣나?
유달리 순했던 아기 고양이는 민호의 발치에 머리를 부벼댈 뿐이었다. 민호는 착한 나비가 사랑스러웠지만 동시에 걱정스럽기도 했다. 너무 순한 나머지 조금 바보가 아닌가 걱정하곤 했다. 혼을 내도, 밥을 깜빡해도, 심지어는 실수로 꼬리를 밟아도 날카로운 울음소리 한 번 낸 적이 없으니.
민호네 엄마는 고양이가 착해서 키우기 편하다고, 민호 대신 아들 삼고 싶다고도 했지만 민호는 그게 항상 불만이었다. 그렇게 착하기만 해선 대체 뭐가 싫은지, 어디가 불편한지, 아픈 데는 없는지 알 길이 없잖아.
“⋯⋯오리 고기를 좋아했어. 나비는.”
말린 살코기와 목뼈를 한아름 챙겼다. 떼라도 썼으면 하루에 두 번, 세 번도 그냥 줬을 텐데. 난 네가 돼지 고양이가 되었어도, 간식 값으로 월급의 반을 축냈어도 너를 사랑했을 텐데. 불평 한 번 할 줄을 모르는 바보 고양이 같으니.
고양이 간식을 잔뜩 실은 나룻배가 민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올라타 있던 천사 고양이가 햇살처럼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6
몸이 어려지니 무의식마저 그 시절을 좇는 건지,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이 눈만 감으면 성큼 가까웠다.
시린 무의식엔 언제나 그게 있었다. 뚜렷한 부재의 흔적. 있었던 자리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
급작스러운 이혼, 역시 급작스러운 이사. 평생 함께 자라온 친구들과의 이별에 민호는 함부로 서운한 티조차 낼 수 없었다. 이사하며 새로 바꾼 지가 언제적인데, 옛날 집 냉장고 한 가운데 가족사진 테두리 모양대로 노랗게 바랜 네모난 자국은 아주 오래도록 민호를 괴롭게 했다.
깊게 사랑할수록 흔적은 선명히 남는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시점 민호의 나이는 역시 열 일고 여덟 그 어디쯤이였다.
그 후로 또 얼마나 지났을까. 결혼식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여전히 우는 법을 모르는 소년이 다시 물었다. 사랑이 뭐야?
새까만 고양이는 또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슬픔이 말라붙은 건조한 눈을 빤히 바라보다, 부르튼 살갗에 뜨거운 몸을 기대었다.
그때 알았어. 내가 너한테, 네가 나한테. 우리가 서로에게 주었던 그것. 그 온기.
그것만이 사랑이고 영원이란 걸. 우리야말로 절대로 서로를 떠나지 않을 테니까.
그 무엇도 네 잘못이 아니야.
낯설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커다랗게 솟은 민호의 귀를 간질였다.
누군가 아주 오래도록 전하고 싶어했던 말이었다.
7
햇살 아래 고양이풀로 이루어진 강을 건너고 있자니 노곤노곤 하염없이 나른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달큰한 민트향 안개가 피어올랐다.
스스로 천사라 칭하는 고양이, 아니, 고양이였던 소년은 뒷골목 길냥이 시절에도 새하얗게 예쁘기만 했다. 웬만한 집고양이들보다도 반짝반짝 예뻐서 민호는 남몰래 뽀뽀를 퍼붓곤 했다.
쵹ー
코에 닿아오는 촉촉한 무언가에 깜짝 놀란 민호가 파드득 몸을 일으키자 작은 나룻배가 휘청였다.
“뭐, 뭐야. 뭐하는⋯?”
“응? 그야, 민호 이거 좋아하지 않아?”
당황한 민호가 콧잔등을 벅벅 긁었다.
“그건⋯ 고, 고양이일 땐 예뻤으니까⋯.”
“그치만 난 지금도 고양이인데⋯ 지금은 안 예뻐?”
어느새 붉게 부르튼 콧잔등을 고양이 천사의 보드라운 손으로 복복 쓰다듬었다.
꼭 꿈속처럼 몽롱했다. 봄햇살을 닮아 반짝거리는 부드러운 머리털도, 말랑말랑해 보이는 분홍빛 콧잔등도.
히힛. 천사의 콧김이 입술에 내려앉는 순간,
펑ー
민호의 새까만 머리칼 사이로 뾰족한 귀가, 엉덩이 위로는 날렵한 꼬리가, 간지럽던 콧잔등엔 새하얀 수염이 뿅 자라났다.
역시 민호는 너무 귀여워. 새빨간 목덜미를 꼭 껴안은 천사가 까만 귀를 사악사악 핥아주며 말했다.
평화로운 고양이의 세계. 민호는 그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에 빠르게 적응했다.
나비를 찾아 어마무시한 크기의 캣타워 사이를 뛰어다녔다. 중력을 버티는 것만도 버겁고 힘겨웠던 두 다리가 그렇게 가볍게 느껴질 수 없었다. 뛰고 또 뛰고. 그러다 지칠 때면 천사의 무릎을 베고 달큰한 풀 위를 뒹굴었다.
천사는 그런 민호를 졸졸 쫓아다니며 민호를 따라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단지 함께라서 즐거웠다. 이제 막 고양이가 된 천방지축 소년은 잠깐 한 눈 팔면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말았다. 천사의 새하얀 귀가 쫑긋거리고, 동그란 콧망울이 움씰거렸다.
“민호야 어딨어어~~? 미노⋯.”
고양이들이 환장하는 비닐봉지와 박스 사이를 느릇하게 기어다니던 천사가 커다란 푸딩 박스 앞에 멈춰섰다. 미처 숨기지 못한 새까만 꼬리가 빼꼼 튀어나와 있었다. 남몰래 킥킥 웃고는 꼬물꼬물 손을 넣어 민호의 허리를 덥썩 끌어당겼다.
“여기서 뭐 해? 바보 고양이!”
낑낑대며 겨우겨우 꺼내 놓은 얼굴이 웬일로 침울했다. 놀이를 하는 줄로만 알았던 천사의 귀가 당황하여 뒤로 젖혀지고 잔뜩 세워져 있던 꼬리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좋아하던 멸치 쿠키를 들이밀어도 민호는 꼼짝을 않고 어디론가 꽁꽁 숨으려만 들었다.
“⋯⋯사실 나비가 나를 만나기 싫은 거면 어쩌지?”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다 기어들어가는 우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깜짝 놀란 천사 고양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 왜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맨날 집에 없었으니까⋯⋯.”
좁고 어두운 박스 안에서 민호는 또다시 과거를 회상했다.
그야말로 나비와 나 밖엔 없었던 학창시절. 그러나 따뜻하고 행복했던 시간은 영원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학교 다니고⋯ 연애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또 그러다 군대 다녀와서⋯ 바로 취업에 결혼 준비, 출가 준비. 정답 같은 길로만 걸어 착실한 사회인으로 자라났다. 그렇게 열심히 산 데에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다들 그렇게 하니까.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칼 졸업 후 칼 취업하느라 정신 없던 신입사원 시절, 민호는 동기한테 빌린 학위복을 입고 학교 근처 아무 사진관에서 졸업 사진을 찍었다. 식구들 성화에 시달리다 못해 뚱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을 막상 엄마도 대충 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말았었던.
첫 출장으로 일주일인가 집을 비웠던 때였던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민호의 졸업 사진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던 나비의 뒷모습은 한동안 민호의 프로필 사진이다가, 결혼 사진에 한 번 밀렸다가. 현재는 결혼 사진과 함께 삭제되고 말았다. 볼 때마다 가슴이 꽉 막혀버려 호흡곤란 비슷한 증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을 덜 줘서. 내가 멍청하게 대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나비가⋯⋯ 집을 나가서, ⋯그렇게 돼서. 이제 날 사랑하지 않을 거야. 날 싫어해서⋯. 숨어버린 거야.”
아니야. 아닐 거야. 나비는 아직도 민호를 사랑할 거야.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고양이는 주인을 아주아주 사랑하는 걸⋯.
천사 고양이는 상심한 고양이 소년을 달래 주고 싶었지만 소년의 얼굴빛이 심상치 않았다. 슬픔을 가득 머금은 먹구름처럼 무겁고 축축했다. 살면서 그렇게 슬픈 얼굴을 처음 본 천사 고양이는 아주 많이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잔뜩 긴장한 꼬리 끝을 움찔거리던 천사 고양이가 집고양이 마을 너머 작은 개울을 바라보았다. 마을 경계에 위치한 작은 개울가에 조그만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천사 소년이 무언가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여전히 우울한 얼굴의 민호가 천사를 올려다보았다. 천사의 물빛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저기 좀 봐! 저기!!!”
잔뜩 신난 손가락 끝을 따라가니 어딘가 익숙한 까만 실루엣이 민호의 시야에도 들어오고야 말았다. 언젠가 꼭 한 번 봤던 듯이 눈에 익은 모습이었다.
“민호가 찾지 못할까 봐 처음 만났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봐!!!!”
나비는 엄청 똑똑한 고양이네~
천사 소년이 히히 웃으며 하얀 꼬리를 살랑살랑, 까만 민호의 꼬리에 비벼댔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 곳에서 나비는 민호를 처음 만난 그날처럼 애옹, 애처롭게 울어댔다. 어디 아픈 데 없어? 다리는. 이제 안 아픈 거야? 눈도 잘 보이고? 이빨은. 어디 봐. 요즘엔 안 빠져? 밥 꼭꼭 잘 씹고? 와다닥 쏟아지는 걱정에도 나비는 반가운 울음소리를 고롱거렸다.
보고싶었어.
여기 온 뒤로 눈만 감으면 들렸던 그 목소리. 너였구나.
날 잊지 않았구나. 미워하지도 않았어. 날 기다리고 있었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몸을 끌어안은 민호가 촉촉한 분홍색 코 끝을 맞대었다. 그 어떤 고단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처럼, 단지 함께했던 그 많은 날들 중 평범한 하루처럼 민호의 온몸에 머리를 부벼 왔다.
눈앞에 두고도 마중 나오는 그리움에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떼 보면, 아옹~ 하는 낯선 울음소리만 튀어나올 뿐이었다.
8
시끄럽던 민호의 세상이 비로소 적막 속에 잠기는 순간이었다. 십몇 년 전 어느 날처럼, 나비와 민호는 서로에게 바짝 붙어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했다.
포근한 햇살과 잔잔한 바람이 보드라운 귓바퀴를 스쳐 지나가고, 천사 고양이는 민호의 다리를 베고 널브러진 채였다. 고요 속에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던 민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제, 어떡하면 되지?”
어떤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민호의 다리에 얼굴을 부빗거리던 천사 소년이 눈도 뜨지 못하고 몸을 쭉 늘이며 말했다.
“으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뭐?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해⋯.”
“그야 고양이는 원래, 아무것도 안 해도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인걸?”
그런 게 어딨어⋯. 그러면서도 여즉 골골거리는 나비의 턱을 긁고 있자니 다시금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눈꺼풀 위를 간질였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게 얼마만이었더라⋯? 민호가 허탈한 듯 나지막히 웃었다. 누군가의 친구, 직원, 남편, 아들도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는 기분이야. 그저 너와 이렇게 있으니까, 꼭 아무 걱정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속이 상해 울지 않고, 울지 않으려 억지로 웃지도 않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그저 무탈했던. 몸도 마음도 건강했던 때로.
모든 걱정과 슬픔이 쉬어가는 곳, 고양이별에서의 민호는 대체로 행복했지만, 눈만 감으면 잊고 있던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지독한 악몽은 언제나 나비가 사라지던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열려있던 대문, 며칠 뒤 동네 동물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손바닥 하나보다도 작은 함에 담겨온 너.
버리지도 품지도 못하는 네 물건들을 창고에 몽땅 몰아넣고는 너를 닮은 울음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죄여서. 동네 길냥이들만 봐도 숨이 턱턱 막혔던 건 그래서였나. 좀처럼 외출도 꺼려졌던 건.
그러나 그 새하얀 고양이를 만났던 날은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을까? 의문의 해답을 찾기도 전에 간질간질, 기다란 수염이 볼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감은 눈을 번쩍 떴다. 아니나 다를까, 장난기 많은 새하얀 고양이가 민호를 내려다보며 코를 비비는 중이었다.
“깜짝이야. 거기서 뭐 해?”
깜빡깜빡 민호의 눈동자를 가만 들여다보며 천사 고양이가 푸시시 웃었다. 정이 많은 천사 고양이는 아름다운 고양이 소년을 사랑하게 된 지 오래였다. 퉁명스러운 척 가면 밖으로 줄줄 새는 다정이 애틋했다. 괜히 도망가는 목덜미를 꽉 끌어안은 채 귀여운 얼굴 구석구석을 핥아 올리자,
펑ー 까만 꼬리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며 망할 수염이 또 삐쭉 솟아났다. 뒤늦게 콧잔등을 가려보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엎치락 뒤치락, 뒹굴거리는 고양이 소년들을 저 멀리 나비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9
‘죽지 마.’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였다.
뜨거운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던 새까만 속눈썹을, 방울진 눈물이 굴러 떨어지던 턱 끝을, 빨개진 코 끝 위로 콕 묻어 있던 까만 얼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이례적인 한파를 기록했던 어느 겨울, 동사 직전의 아기 고양이와 민호는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되었다.
믿음직한 아들, 좋은 친구, 성실한 동료, 다정한 연인 노릇까지 그는 언제나 바빴다. 고된 하루를 끝내고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버벅거리는 손길로 나비의 간식을 까 주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에도 언제나 나비를 사랑했다. 알 수 있었다. 눈 감는 순간까지 소년의 사랑 속이었다.
고양이별에서 다시 만난 소년은 처음 만난 그날처럼 여리고 약해져 있었다. 왜인지 겁이 많아져 있었다. 무더운 태양 볕을 견디지 못한 천사 고양이가 우연히 마주친 개울에 첨벙첨벙 몸을 적시는 걸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냥 지켜 보기만 했다.
수속성 고양이인 나비에게도 물을 무서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기 고양이 시절, 뭘 잘못 주워 먹고는 하루 종일 설사를 했던 날이었던가.
‘이것 봐. 형도 들어왔지. 무서운 거 아니야. 너 몸 깨끗하게, 건강하게 해 주려는 거야.’
다정한 목소리, 어르듯 조심스럽던 손길로 아기 고양이를 진정시키던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그 옛날 네가 그랬던 것처럼, 먼저 들어가 괜찮다는 걸 보여줘도 소용이 없었다. 동그란 무릎을 껴안고 까만 꼬리는 잔뜩 세워 한껏 긴장한 민호에게, 벌써 목 끝까지 적신 천사가 휘적휘적 물살을 가르며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축축한 서로의 손이 맞닿고, 차가운 개울물이 발끝을 간질였다.
발걸음을 따라 새끼 손톱만한 고기들이 부산스레 흩어졌다. 젖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힘을 주어 꽉 잡으니 더 단단하게 깍지를 얽어왔다. 부쩍 어리광을 부리던 민호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천사는 수시로 민호를 돌아봐주었다. 내가 여기 있어. 그러니 괜찮다는 듯이.
봐. 엄청 시원하지~? 축축하고 차가운 손이 열에 들뜬 민호의 뺨을 감쌌다. 말간 얼굴에 홀린 듯 따라 걷다 보니 그 공포스런 수심이 허리께나 올라왔는데도. 이상하지. 그 손을 잡고서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아.
오늘 정말 재밌었다.
응.
내일은 더 재밌겠다. 그치?
나무 그늘 아래 쫄딱 젖은 몸을 뉘인 천사가 말했다. 내일은 꼭 더 행복할 거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얼굴을 민호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비는 민호의 곁에 앉아 어느새 곤히 잠든 그를 지켜보았다.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따끈한 몸을 딱 붙이고 앉아 지켜주었다. 내가 항상 너의 곁에 있어. 언제나 그랬어.
10
“⋯이상하네. 왜 해가 지지 않지?”
민호의 무릎께 기대었던 머리를 일으켜 꼬물꼬물 눈을 비빈 천사 고양이가 말했다. 아직 곤히 잠들어 있는 민호가 깨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몸을 일으켰다.
민호는 아주 많이 잤다. 그동안 못 잤던 잠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틈만 나면 잠에 들었다.
천사는 모든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명을 가진 고양이였다.
아직 견습 딱지를 떼지 못한 아기 천사의 의욕적인 눈에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이 멈춰버리고 말았어. 형아 걱정에 매일 밤 구슬프게 울어대는 고양이의 사연을 듣고 인간 세계로 출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비의 소년을 데리고 오는 데 성공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인간 세계는 듣던 것보다 훨씬 더 험하고 지저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간 세계에서의 민호는 어찌나 그렇게 의심이 많은지. 결국 목숨까지 걸어가며 그리워 마지않던 형아를 데리고 와줬는데도, 나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민호는 돌아가야 해.
민호를 고양이별에 데려오면 나비도 행복해할 줄 알았는데. 나비는 더이상 민호 걱정 안 해도 되고, 민호는 안 가고 싶은 회사 안 가도 되고, 안 보고 싶은 사람들 안 봐도 되고. 서로 사랑하니까 평생 함께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힘들게 다시 만나게 됐는데, 왜 또 헤어져야 해? 민호도 인간세계를 싫어하는 걸.”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사를 보며, 나비는 새하얀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쓸쓸히 웃던 소년을 떠올렸다. 저 멀리 안개 낀 언덕 너머를 응시하며 나비가 말했다.
그래도 민호는 여전히 인간이야. 다시 사랑을 해야 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사랑해야 해.
나비의 말을 들으며 천사는 생각했다. 사랑은 참 어려운 거구나.
천사의 생각대로 민호는 전혀 돌아가고 싶어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는 나비의 말에 당황한 얼굴을 했다가, 슬퍼 보이기도 했다가. 이윽고는 화를 내었다.
“이럴 거면 왜 나를 데려왔어? 다시 가라고 할 거였다면 왜⋯. 이제 거기 날 찾는 사람은 없어.”
“뭐? 왜 그렇게 생각해?”
“왜냐니, 그야⋯.”
자신이 없었다. 믿음직한 아들도, 다정한 연인도, 좋은 친구도 되어줄 자신이 더이상 없는데. 하다하다 이젠 읽고 쓸 줄도 모르는 바보가 돼 버렸는데도 여전히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다시 돌아가 쓸모없음을 확인받기 싫었다.
상처 받는 것도 상처 주는 것도, 실망하는 것도 실망시키는 것도 다 너무 지겨워.
어느새 위축된 어깨가 공처럼 말려들었다. 작게, 더 작게⋯. 몸을 작게 작게 구겨뜨려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그야, 난 옛날만큼 건강하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아니지. 이젠 아예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멍청이가 됐다고. 그 어디에서도 날 필요로 하지 않아.”
화가 치밀었다. 작아진 마음을 들키기 싫어 가슴을 부풀리고 되려 큰 소리를 내었다.
“이제 나한텐 너 뿐인데, 남은 건 너 하나 뿐인데 너마저 가라고 하면 난 어떡해?”
소년은 제가 태어난 세계에서 아주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 그걸 저 혼자만 몰랐다. 똑똑한 고양이 나비는 알고 있었다. 소년을 사랑하는 세계에 그를 돌려줘야 한다는 걸.
그러나 민호는 나비를 두고, 또다시 나비만 남겨두고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나비를 두고 문을 나서던 그날의 기억에 민호는 아직 갇혀 있었다.
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까? 내딛는 걸음마다 내쉬는 숨결마다 너의 흔적이 가득한 너와 나의 세계에서.
너 없는 봄, 여름, 가을, 널 잃어버린 겨울을 내가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샌가 커다란 귀와 탐스러운 까만 꼬리가 사라져 버린 민호를 위해 나비의 말을 대신 전하던 천사 고양이가 별안간 울먹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소년이 그동안 화를 내던 것도 잊고 천사를 달래었다.
“왜, 왜 우는 거야⋯? 울지 마.”
저도 이미 콧등을 잔뜩 붉히고서는, 천사의 젖은 뺨을 어루만졌다.
빨개진 천사의 이마에 한 번, 하얀 귀가 축 처져 있는 머리 꼭대기에 한 번. 천천히 입 맞춰 주었다. 아직은 그루밍이 낯선 탓이었다.
엉성한 위로에 점차 안정을 찾은 천사가 흐느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그치만⋯ 그치만 나비가,
“민호를 만나기 전엔 매일이 추운 겨울이었대. 민호를 만나고 난 뒤엔 항상 따뜻했대. 우리가 헤어졌던 겨울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
지독한 추위에, 지긋지긋한 외로움에 떨던 비쩍 마른 아기 고양이는 이제 없다.
일평생 넘치도록 사랑받아 반질반질 윤기가 다 흐르는 예쁜 고양이가 민호의 손끝에 가만히 얼굴을 기대었다. 나비는 일평생 민호를 위로하는 법은 몰랐다. 그저 몸을 붙이고 온기를 나눠주는 것.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제 난 더 이상 너의 곁을 지킬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아. 비로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무섭겠지. 또 같은 실수와 아픔이 반복될까 봐 두렵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꿈을 꿔야 해. 다시 사랑을 해야 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11
저녁놀이 질 때 즈음엔 봄눈 같은 설탕비가 내렸고, 고양이들은 별빛 아래 서로를 베고 누웠다. 새카만 밤하늘에 이른 그리움이 드리웠다.
내일 아침엔 쿠키를 먹자.
그 생각만 하며 잠에 드는 거야. 그러면 돼.
작별 대신 약속을 택했다. 우린 꼭 다시 만날 거라고. 그땐 꼭 오래오래 함께하자고.
아주 긴 밤이었다. 민호의 겨드랑이를 베고 누운 천사는 한참 먼저 곯아떨어져 미동조차 없었다. 색색 나른한 숨소리를 들으며, 민호가 잠꼬대처럼 웅얼거렸다.
다음 생에도 우리집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 줄래? 그땐 더 잘해줄게. 응?
12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
또 만나.
사랑해. 나비야.
13
나비야.
⋯⋯.
⋯⋯비야.
⋯.
⋯ 비⋯
⋯⋯
⋯⋯.
“⋯복이야⋯⋯!!!”
눈을 떠 익숙한 방 천장을 확인한 뒤 가장 먼저 더듬은 곳은 지난 상처였다.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기다란 상처. 피는 멎었지만 붉은 흉이 남고 말았다.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꼭 그게 다 하룻밤 꿈이었던 것처럼 주말 아침은 평소와 같았다. 익숙한 적막이 다시금 명치에 턱하니 걸렸다. 가슴은 답답한데 심장께는 먹먹했다. 헛헛하고 무료해. 이제 가게 나가 봐도 복이도 없겠지. 없을 거야. 고양이별로 돌아갔으니까.
외로워.
싫다. 다 싫어.
회사고 돈이고 인간이고 다 지겨워 죽겠어. 역시 그냥 나도 고양이별에 남겠다고 할 걸. 또다시 혼자 남겨지고 말았다는 생각에 목이 메어왔다. 벌써 자신이 없었다. 너 없는 하루를 또 견뎌낼 자신이. 안 되는데. 약속했는데.
그래도 살아가야 해. 시간은 누구 하나만을 위해서 멈춰주지 않으니까.
누가 했던 말이었더라? 나비였는지, 복이였는지. 아니면 엄마였던지. 그것도 아니면 친구새낀지 삼촌인지 의사인지 먼 무의식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떠올리며 이불을 걷었다. 때마침 현관벨이 울렸다. 부엌에서는 지글지글 계란후라이 굽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제가 나갈게요.”
서둘러 찌개 불을 끄려던 민호의 엄마가 놀라 돌아보았다. 거의 일주일 만에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속이 문드러지든 말든 내색하지 않는 게 집안 내력이었다. 애써 덤덤한 목소리를 흉내 내었다.
“그럴래? 아마 아랫집일 거야. 어제 이사 왔다고 쿠키 돌린다고 했었거든.”
너 또래라는 것 같던데, 사근사근 얼마나 예쁜지 몰라. 요즘 애들답지 않게. 묘하게 들뜬 엄마의 목소리에도 민호는 마음이 콩밭에, 아니, 아직 고양이별에 가 있었다. 쿠키⋯ 나비랑 복이도 좋아하는데. 바다향이 나는 물고기 모양 쿠키를 떠올리며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안녕하세요!”
‘개박하⋯?’
양손 가득 들린 건 분명 진한 갈색의 초콜릿 쿠키인데.
어쩐지 낯설지 않은 민트향에 의아한 고개를 들었던 민호가 눈앞의 얼굴을 보곤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생김새, 익숙한 목소리, 웃음소리.
저도 모르게 남자의 백금발을 쓰다듬고 말았다. 새하얗던 그 애의 것과 같은 촉감인지 궁금해서 였다. 별안간 끌어 안긴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다시금 인사를 전했다.
“⋯저, 저도 반가워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민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곧 빨갛게 물들었다. 그 보드라운 정수리에 입을 맞췄던 지난밤이 떠올라서 였다. 아랫집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재빨리 제 콧잔등을 가렸다.
다행히도 기다란 수염이 뿅 튀어나온다거나, 복실복실 커다란 귀가 솟아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맨 콧잔등을 더듬으며 어쩐지 조금쯤 섭섭해 보이는 민호를 보며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어제 이사 왔어요. 용복이에요⋯.
봄볕만치 따뜻한 미소였다. 햇살처럼, 꼭 천사처럼 웃었다.
찰카닥.
바람에 밀린 현관문이 엉성한 소리를 내었다.
닫히는 소리 같기도, 열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가지런한 남자의 앞머리 몇 가닥에 촉촉한 땀방울이 배어나고 있었다. 지난했던 겨울 황량했던 창 밖엔 녹음이 찬란했다.
내일은 쿠키를 먹자. 집안 가득 퍼지기 시작한 진한 카카오버터 향에 꾸르륵, 귀엽지 않은 소리가 새어 나갔다. 아랫집 남자는 아닌 척 노력도 않고 쿡쿡 웃었다.
맨들거리기만 하는 콧잔등을 여즉 매만지며, 민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 나의 새로운 세계.
안녕.
안녕. 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