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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o

​마지막 여름, 아니? 두번째 여름

  해가 뜨기 시작한 새벽, 잔잔한 파도 소리가 모래사장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민호는 맨 손으로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몇 시간 전 도착한 이 작은 섬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섬이었다. 바닷물은 유리처럼 참 맑았고, 해변 뒤쪽에는 울창한 나무들과 나지막한 언덕이 있었다.

 

  “용복이 아직도 안 일어났네⋯.”

  민호는 작게 중얼이며 옆에 놓인 작은 가방을 뒤적였다. 안에는 간단한 간식과 물,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있었다.

  이 여름의 시작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며 둘이 함께 계획한 여행이었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며칠을 보내고 싶다는 민호의 말에 용복이는 주저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완전 재밌겠다. 생존 게임처럼!”

 

  이틀 전, 두 사람은 작은 배를 빌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향했다. 인터넷도 되지 않고, 상점 하나 없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을 주었다. 하지만 그런 고요함이 민호에겐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그 순간, 텐트 안에서 용복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민호 형. 아침이야?”

  “응. 다섯 시야. 너 좋아하는 과자 꺼내놨어.”

  “진짜?”

 

  용복이는 텐트 밖으로 나와 민호 옆에 털썩 앉았다. 둘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붉은 태양이 수면 위로 천천히 올라오며 금빛 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아침은 처음이야.”

 

  용복이가 말했다.

 

  “조용하고, 바람 좋고, 형도 있고⋯.”

  “응?”

 

  민호가 바라보자 용복이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아니야. 그냥 좋아서.”

 

  그날 오전, 두 사람은 섬을 구경하기로 했다. 작은 숲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니,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민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이런 데서 매일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이면 좀 심심할걸?” 용복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도망쳐 나와서 쉬고 싶긴 해.”

  언덕 위에서 둘은 번갈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고, 나무 위에 올라가 서로를 찍고, 조약돌을 던지며 웃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지만,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 둘은 다시 텐트 근처로 돌아와 작은 바비큐를 준비했다. 민호는 장작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너 요리 좀 늘었나? 고기 진짜 맛있다.”

  “내가 누군데? 형만을 위한 요리사~”

 

  해가 지고, 섬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민호는 모래사장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았다. 용복이는 조용히 옆에 누웠다.

 

  “형.”

  “응.”

  “우리 어릴 때 했던 약속 기억해?”

  “어떤 거?”

 

  용복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둘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여름을 보내기로 했잖아. 이거 그거야. 지금.”

 

  민호는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속은 정말 오래된 이야기였다. 아마 둘 다 열두 살, 열 살이었을 무렵, 놀이터 그네에 앉아 지는 해를 보며 나눈 말이었다.

 

  “맞아. 그때 우리는 여름이 영원할 줄 알았지.”

  “지금도 그렇게 느껴져. 너랑 같이 있으면.”

 

  둘 사이에 다시 고요함이 흘렀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어색함이 아닌, 오히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깊은 연결을 의미했다. 밤이 깊어가고, 바람은 조금 더 시원해졌다. 민호는 조용히 몸을 돌려 용복을 바라봤다. 용복도 민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 용복아.”

  “왜?”

  “나랑 여기 와줘서. 너랑 있으니까 이 여름이 진짜 특별하게 느껴져.”

 

  용복이는 웃으며 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당연하지. 형은 내 최고의 여름이니까.”

 

  며칠 뒤, 둘은 섬을 떠났다. 배를 타고 돌아가는 길, 민호는 카메라에 남긴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겼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용복이, 장난스럽게 모래를 던지는 모습, 별빛 아래 웃고 있는 서로의 얼굴. 그 모든 순간이 한 편의 여름 영화 같았다.

 

  소란스러운 도시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여름의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배가 멀어지자, 섬은 점점 작아졌다. 하지만 민호와 용복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별이 빛나는 그 여름밤이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용복은 민호를 볼 수 없었다.

 

  며칠을 연락해봤지만 민호에게 연락은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용복은 위에 올려져 있는 쪽지를 발견했다. 그 쪽지에 적혀져 있는 내용을 보고 눈물이 떨어졌다.

 

  난 아직 형이랑 하고싶은 게 많은데 왜 가버린 거야.

형. 나도 형이랑 보내던 시간들이 정말 즐거웠어.

 

  용복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들고 다시 천천히 글자를 읽었다. 종이 위엔 익숙한 필체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용복아, 네가 있어서 참 즐거웠어. 그 여름, 내 마지막 여행을 너랑 보낼 수 있어서 고맙다.”

 

  눈물이 볼을 타고 조용히 흘렀다. 용복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가슴이 먹먹했다. 그날 이후, 민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화는 꺼져 있었고, 가족조차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몇 주가 지났다. 도시는 여전히 소란스럽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바쁘게 걸어 다녔다. 하지만 용복의 시간은 여전히 그 섬에 멈춰 있었다. 그날의 바람, 햇살, 그리고 형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떠올랐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게 이렇게 오래 가는 일인 줄은 몰랐다.

 

  어느 날, 용복은 민호와 함께 다녀온 그 섬의 사진들을 다시 꺼냈다. 사진 속의 민호는 늘 웃고 있었다.


  팔을 뻗어 하늘을 가리키는 모습, 물속에서 튀어나와 장난치는 표정, 별빛 아래 눈을 감고 있던 얼굴. 그 날 찍었던 마지막 폴라로이드를 뒷면을 들춰보니 민호가 남긴 낙서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용복이랑의 여름, 평생 간직할게. 잊지 마. 넌 나한테 제일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이야.”

 

  용복은 폴라로이드를 조심스레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형이 떠난 이유를, 형이 얼마나 오래 이 여행을 준비해왔는지를.

 

  그가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는 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시간을 나와 함께 하고 싶었다는 걸.

 

  며칠 뒤, 용복은 혼자 다시 그 섬으로 향했다. 이번엔 조용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배에 올랐다. 섬은 여전했다. 유리처럼 맑은 물, 잔잔한 파도, 작은 언덕과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그때처럼 해는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용복은 언덕 위로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형, 내가 왔어.”

 

  자그마한 조약돌 하나를 집어 바다로 던졌다.

  병은 천천히 떠내려갔다.

  햇빛이 수면 위에 반짝이며 길을 만들어주듯.

  잔잔한 바다가 바다의 파도를 멀리 이끌었다.

 

 

 

  그날 밤, 용복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 혼자라도, 형이 좋아했던 그 여름을 계속 기억할게. 형이 잊히지 않도록, 나 여기서 계속 살아갈게.”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옆에 바람처럼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은 기척을 느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지나갔다. 용복은 더 이상 민호를 찾지 않았다. 아니, 찾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

 

  하지만 잊은 건 아니었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그 여름 이후, 용복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익숙한 미소를 지었지만, 혼자 있을 땐 조용히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떠올리곤 했다. 그게 민호 형과의 여름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어느 날, 용복은 오래된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민호가 보내준 음악 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Summer’ 라는 이름이었다. 그건 아마 둘이 열두 살, 열 살이던 해, 놀이터에서 만든 여름 노래였다. 서툰 코드와 웃음소리, 그리고 두 아이의 투박한 화음이 녹아 있던 곡.

 

  그날의 하늘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용복은 처음으로 그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였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호와 나눈 시간을 단지 ‘기억’으로만 남기지 않겠다고.

 

 

 

  그 해 여름, 용복은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제목은 "마지막 여름."

 

  민호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민호가 남긴 쪽지, 그리고 둘만의 여행에서 남겨진 사소한 것들. 조약돌, 말라붙은 나뭇잎, 찢어진 지도를 전시했다. 사람들은 조용히 사진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건, 정말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네요.”

 

  어떤 관람객이 용복에게 그렇게 말했다. 용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없지만⋯. 그 사람 덕분에 저는 이 계절을 살아가요.”

 

  그날 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며 용복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여름밤의 별이 떠 있었다. 그 순간, 민호가 웃으며 말하던 목소리가 바람 사이로 들리는 것 같았다.

 

  “넌 내 최고의 여름이야.”

 

  용복은 눈을 감고,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그 여름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었다.

 

  전시회가 끝난 지 한 달쯤 지난 어느 오후, 용복은 전시장에 걸려 있던 사진들을 정리해 작은 상자에 담고 있었다. 그 여름의 기억들을 한 번 더 꺼내어 가슴속에 잘 접어넣는 듯한 시간이었고, 이젠 진짜로 보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문득,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 발신자 없음 ]

  “잘 보고 왔어. 사진 속 우리가 참 행복해 보이더라.”

 

 

 

  심장이 멎을 듯 뛰었다.

  익숙한 말투.

  낯설지 않은,

  아니, 너무 익숙해서 믿기 어려운 그 문장.

 

  “형⋯?”

 

  용복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는 가다가 곧 끊겨 버렸다.

 

  며칠 뒤, 용복은 민호와 함께 갔던 섬 근처 항구로 향했다. 무작정.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섬으로 가는 배편은 이미 끝난 시간. 용복은 선착장에 앉아 오래도록 바다만 바라봤다. 바람은 여전히 그 여름처럼 부드러웠고, 저 멀리 지는 노을은 사진 속 풍경처럼 익숙했다.

 

  “⋯너, 아직도 바다 좋아하네.”

 

  등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용복은 천천히 돌아보았다.

 

  거기,

  그 자리에, 민호가 서 있었다.

  햇살에 살짝 그을린 얼굴, 조금 말라진 어깨.

  하지만 똑같은 눈빛.

 

  “민호 형!”

  용복은 단숨에 달려가 민호를 껴안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이 순간을 기다리며 보냈는지 민호는 모를 것이다.

 

  “미안해. 갑자기 사라져서!”

 

  민호의 목소리는 아주 조용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얹혀 있었다.

  “왜⋯. 왜 사라졌던 거야?”

 

  용복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민호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 말했다.

 

  “그때는⋯. 나 자신이 감당이 안 됐어. 병원에서도 희망 없다는 말 듣고, 너한테까지 그런 모습 보이기 싫었어.”

  “그래도,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어. 나 혼자 남겨지게 만들면 어떡해⋯.”

  “너 혼자 아니었어.”

  민호가 작게 웃었다.

  “내 마음속에 네가 있었고, 네 마음속에도 내가 있었잖아. 그걸로 버틸 수 있었어.”

  “⋯이제 괜찮아?”

  용복이 조심스레 물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받았어.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왔어. 그리고 너한테, 다시 오고 싶었어.”

  그 날 저녁, 둘은 다시 그 바다 앞에 앉았다. 민호는 가방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 새로 시작하는 여름도 찍어볼까?”

  찰칵ー

  카메라에서 사진이 뽑혀 나왔다.

  사진 속 두 사람은 바다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마치 그 여름의 연장이자, 새로운 시작처럼. 용복은 속삭이듯 말했다.

  “다시 와 줘서 고마워. 형은 여전히, 나한테 최고의 여름이야.”


  민호는 웃었다.

  “그리고 이건, 두 번째 여름이야.”

  몇 달 뒤, 민호와 용복은 조용한 바닷가 앞 마을의 작은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멀지 않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드문 곳이었다. 하루에 버스가 두 번밖에 지나지 않는 곳. 민호는 그런 느린 속도가 좋다고 말했다.

  “우리, 이 집 이름 짓자.”

  용복이 말하자 민호는 웃으며 되물었다.

  “이름을?”

  “응. 둘만의 여름 별장 같은 느낌이잖아.”

  “그럼⋯ ‘여름집’ 어때?”

  “너무 직접적이잖아.”

  “그게 좋아. 간단하고 따뜻하고, 우리가 어떤 계절을 기억하는지 잊지 않게 해줄 이름.”

  결국 집 이름은 ‘여름집’으로 정해졌다. 문 옆에 작고 낡은 팻말 하나가 달렸다.
 

  ‘여름집ー우리 둘의 계절’

  그곳에서의 하루는 잔잔하고 소중했다. 민호는 텃밭에 토마토를 심었고, 용복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다만 그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 안에는 민호의 실루엣이 자주 등장했다. 파도 속에 서 있는 모습,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뒷모습. 그리고 가장 많이 그린 건, 함께 웃는 얼굴이었다.

  어느 날 오후, 비가 오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마루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셨다. 라디오에서는 낡은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형, 저번에 형이 두번째 여행이라고 말했던 거⋯ 아직도 기억나?”

  민호는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땐 진심이었어. 이젠, 그 두번째가 다시 시작된 것 같아서⋯ 그게 좀 믿기지 않기도 해.”

  “난 믿어. 형이 돌아왔고, 여기에 있고⋯. 매일 눈 떠보면 형 얼굴이 있어서, 그게 나한테는 기적 같은 거니까.”

  민호는 말없이 용복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여전히 여름처럼 따뜻했다.

  다음 해 여름, ‘여름집’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용복의 그림들이 조용히 입소문을 탔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어떤 이야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이건 그리움이에요.” 라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사랑이 너무 조용하게 느껴져서 울컥했어요.” 라고 말했다.

  어느 날, 전시회 제안이 들어왔다. 용복은 망설였지만, 민호가 등을 떠밀었다.

  “세상에 보여줘. 우리가 나눈 여름을, 우리가 지켜온 시간을.”

  전시회의 제목은 〈다시 시작된 여름〉. 그 여름의 바람, 웃음, 눈물, 재회, 그리고 조용한 매일의 순간들이 그림 속에 담겼다. 전시 마지막 날, 작은 노트 하나가 관람객 책상에 놓였다. 그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사랑이자, 누군가의 치유이며, 한 사람의 귀환과 또 다른 사람의 기다림이었다. 여름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여름의 끝자락, 민호는 용복에게 조용히 물었다.

  “혹시⋯. 우리 둘이 함께 만든 그 노래 기억해? 응. 그 노래 말이야. 그 때 우린 웃기만 했지만, 이젠 조금은 진심을 담아 불러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둘은 조용한 밤, 여름집 마당에 앉아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 순간, 작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서툴고 조용한, 그러나 진심으로 가득한 노래 한 곡이 별빛 아래에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여름은, 이제 누군가의 이야기로 남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쉬는 계절이 되었다.

  민호와 용복,

  그들이 함께여서 가능한 두 번째,

  그리고 이어질 수많은 여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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